2017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외벌이 아빠가 2년간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그 2년 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사무실을 열었다가 6개월 만에 접었고, 결국 생활고로 회사에 복직했습니다.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가 더 많은 기록입니다. 그래도 이 2년이 지금의 일로 이어졌기에, 있는 그대로 남깁니다.
1. 왜 육아휴직을 결심했나 (2017년)
솔직히 말하면 회사를 너무 다니기 싫었습니다. 업무 강도는 절정이었고 출퇴근이 왕복 120km였습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벌이라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육아휴직이었습니다.
시기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고, 2학년이 되면 육아휴직을 쓸 수 없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둘이라 각각 1년씩, 총 2년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때 세운 계획
- 휴직 직전 청약에 성공한 분양권이 휴직 끝날 무렵 오를 것 같으니, 마이너스 통장을 최대한 뚫어두고 복직 후 분양권을 팔아 갚자
- 육아휴직 급여(당시 월 75만원 수준)를 활용하자
- 카풀·대리운전 아르바이트로 월 100만원 정도 보태자
-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그 자격으로 돈을 벌어보자
- 회사 월급보다 나으면 과감히 퇴사하자
지금 보면 참 대책 없이 결심하고 질렀습니다. 다행히 회사가 Work & Life Balance를 중시하는 분위기라 휴직 허가는 어렵지 않게 받았습니다.
2. 생활비 — 계획은 전부 틀렸습니다
육아휴직을 망설이는 아빠들, 특히 외벌이 아빠들이 주저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계획 vs 현실
| 계획 | 실제 | |
|---|---|---|
| 필요 생활비 | 1년에 연봉 만큼 | — |
| 육아휴직 급여 | 연 약 1,200만원 | 계획대로였으나 비중이 작음 |
| 파트타임 알바 | 월 100만원 | 사실상 불가능 |
| 2년 총 지출 | 1년치 연봉으로 2년 버티기 | 2년치 연봉 + α |
정산해 보니 2년간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복직했습니다.
제 경우 사건사고가 많아 특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불가능했다고 봅니다. 아이를 보면서 알바를 하는 시간 자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육아휴직이라고 씀씀이가 줄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면서 지출이 늘어납니다.
휴직을 준비하신다면
알바로 메우겠다는 계획은 빼세요. 차라리 현재 생활비 기준으로, 그보다 여유롭게 자금 계획(대출)을 세우고 시작하시는 게 현실적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투자 관점으로 접근하는 편이 낫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종잣돈이 더 필요합니다.
그럼 하지 말라는 뜻이냐 하면, 아닙니다. 돈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었고, 날린 돈도 결과적으로는 다시 벌었다고 생각합니다.
3. 공인중개사 자격증 — 이건 성공했습니다
매일 아침 나가 밤늦게 오는 생활이 사라지니 아이들과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동시에 회사 다니면서는 못 할 일을 하나 이루고 싶었습니다.
선택은 공인중개사 시험이었습니다.
- 7월부터 10월까지, 넉 달을 잡았습니다
- 합격 시 학원비를 전액 보상해 주는 더 비싼 인강 패키지를 골랐습니다 — 스스로 배수의 진을 친 셈입니다
- 매일 10시간 넘게 공부했습니다
- 그리고 합격했습니다
당시엔 복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공인중개사로 인생 2막을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안 했으면 이 자격증은 못 땄을 겁니다. 휴직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 크든 작든 목표 한두 가지는 세우고 이루세요. 시간이 그냥 흘러가면 나중에 남는 게 없습니다.
4. 공인중개사 사무실 창업 — 6개월 만에 접었습니다
자격증을 따고 가족 해외여행도 두 차례 다녀오니 마이너스 통장 잔고가 바닥을 향해 갔습니다. 뭐라도 벌어야 했습니다.
구조적 문제부터 있었습니다
육아휴직 중이라 취직도, 창업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사업자는 타인 명의로 하고 공동창업을 하자는 생각으로 동업자를 찾았습니다.
70대 어르신이 함께하자고 하셨습니다. 젊었을 때 사업도 크게 했다고 하고, 얌전하고 믿을 만해 보였습니다. 공인중개사 경력도 있으니 믿고 따라오라고 하셨습니다.
한 달여를 알아본 끝에 2018년 4월, 마포구 상수동에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개업하고 얼마 안 돼 알게 된 사실 — 그분도 초보였습니다.
거기에 더해, 오며 가며 알던 사람이 취직하고 싶다고 찾아왔는데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겠다 싶어 흔쾌히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초보 셋이서 월세도 비싸고 입지도 좋지 않은 사무실을 운영한 셈이 됐습니다.
2018년 4월에 열어 10월까지, 딱 6개월이었습니다. 계약다운 계약은 몇 건 못 썼고, 생활비에 더해 사무실 운영비까지 매달 생돈으로 나갔습니다. 함께 일하게 해달라고 찾아왔던 사람에게는 배신을 당해 상처만 남았습니다.
그때 배운 네 가지
- 동업은 웬만하면 하지 말자.
- 쉽게 다가오는 사람은 나의 약점이나 돈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쉽게 믿지 말자.
- 남에게 기대어 돈을 벌기는 힘들다. 돈은 스스로 벌어야 한다.
- 공인중개사, 특히 상가 중개는 돈을 벌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제가 혼자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 투자로 방향을 틀다 — 그리고 복직
창업은 실패했고 휴직 기간은 8개월이 남았는데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투자용 매물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 다세대 원룸 1개 — 공매로 낙찰받아 나중에 경매로 매도 (2019년 4월 잔금)
- 시흥 장현지구 LH 단지내상가 2개 — 입찰했는데 덜컥 두 개 다 낙찰
상가 두 개가 동시에 낙찰됐을 때는 고민이 컸습니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둘 다 가져갈 수 있을지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두 개를 다 받고 다 운영하게 된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이 상가가 훗날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으로 이어집니다. 매출 공개 글에서 “제 소유 상가라 월세가 나가지 않았다”고 적었던 그 상가가 바로 이때 낙찰받은 것입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2019년 8월, 회사에 복직했습니다. 2년간 휴직하고 복직하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생활고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6. 복직 후 1년, 돌아보니
| 복직의 장점 | 복직의 단점 |
|---|---|
| 매월 월급이 제때 들어옴 | 스트레스가 심할 땐 왜 복직했나 싶음 |
| 휴직 전보다 업무 스트레스가 덜함 (주 52시간 적용, 회사 분위기 변화) | 월급을 받아도 생활비는 늘 부족 (4년간 연봉 동결) |
| 재택근무가 늘어남 | 휴직 기간 동안 늘어난 부채 |
| 출퇴근 거리가 짧아짐 (휴직 전 왕복 120km) |
금전적으로는 분명히 큰 마이너스였습니다. 그런데 제 인생과 가족의 인생 전체로 보면 의미 있는 2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때 딴 자격증과 그때 낙찰받은 상가가 지금 하는 일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2017년의 저는 그걸 몰랐습니다.
원본: 2020년 9월 1일 「2년간의 아빠 육아휴직 — 복직 후 1년」, 2021~2023년 「아빠 육아휴직」 연재 6편
실패도 겪어본 사람과 상의하세요
동업 실패, 창업 실패, 공매·경매 낙찰까지 직접 겪었습니다. 시흥·안산 일대 부동산 중개와 법원 경공매 대리입찰은 금강다온부동산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2020~2023년 네이버 블로그에 연재했던 「아빠 육아휴직」 시리즈 7편을 하나로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